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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작가 그림책

『폭풍우 치는 밤에』 이해와 신뢰

by 그림책이 좋아서 2025. 5. 18.

 

 

방에 쌓여가는 그림책을 정리하다가 키무라 유이치의 그림책 6권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다. 처음 읽었던 감동이 되살아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이 그림책은 1995년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 고단샤 출판 문화상 그림책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많은 공연을 하고 2000년에는 일본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게재된 작품이기도 하다.

 

표지를 보면 이를 드러낸 늑대와 염소가 등장한다.

분명 염소를 먹고 싶은 늑대의 흑심이 담긴 그림책이겠지......’

 

그림책을 넘기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술 스크레치기법으로 그림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칠을 한 후 그 위에 검은색을 덧칠하고,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서 그림을 표현하고 있다. 검은 바탕 위에 긁힌 부분이 빛나면서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적 효과로 묘사하고 있다.

 

물을 퍼붓는 것처럼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하얀 염소는 언덕을 미끄러지듯 가까스로 내려와 오두막으로 기어들어간다.

왜 한밤중에, 그것도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에 숲속에 있었던 걸까?’

폭풍우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염소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누군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각또각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에 염소가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말을 건다.

비바람이 정말 대단하지요?”

염소에 말에 상대는 마음을 놓으며 다리를 다쳤다는 말까지 한다. 정체는 바로 늑대.

 

 

당신이 와서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염소는 상대가 늑대라는 걸 눈치를 채지 못한다.

이렇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 이런 오두막에 혼자 있었다면 나라도 좀 불안했을 거예요.”

늑대도 상대가 염소인줄 아직 모른다.

그림책을 읽으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될까봐 조마조마하다.

 

다리가 아픈 늑대에게 다리를 뻗게 한 염소는 염소 발굽 치고는 꽤 보드랍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늑대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냄새를 맡으면 될텐데.....’

그런데 갑자기 늑대가 재채기를 하고, 염소도 코감기가 오기 시작해 서로 냄새를 맡지 못한다. 결국 염소와 늑대는 서로 아는 것은 서로의 목소리뿐이다.

 

늑대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염소는 늑대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입을 다문다. 늑대로 염소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짐작은 하지만 상대가 기분 나빠 할 것 같아서 그만둔다. 모르니 서로를 진정으로 배려하게 된다.

 

서로 사는 곳을 물으며 염소는 늑대들이 사는 골짜기에 산다는 말을 듣고 베짱이 두둑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늑대는 염소가 사는 곳이 맛있는 먹이가 많다는 생각하며 부럽게 여긴다. 서로 배가 고파 먹이 구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먹고 싶은 먹이를 이야기하다 말끝이 묻혀 버리고 만다.

그 맛있는 풀

그 맛있는 염소

이쯤 되면 의심할 만한데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난 어렸을 때 말라깽이였어요. 더 먹어라 더 먹으라는 엄마의 말을 자주 들었지요.”

무슨 일이 생겨도 빨리 못 뛰면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 많이 먹으라는 엄마의 말을 많이 들었지요.”

하하하. 우리는 닮은 데가 정말로 많네요.”

서로를 모르니 맘 놓고 자기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공감해 준다.

 

 

갑자기 번개가 번쩍 치고 오두막 안이 대낮처럼 환해진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갑작스런 번개에 놀라 고래를 숙이고 눈을 감아버려 서로의 존재를 볼 수 없었다.

천둥이 치자 서로 놀라 몸을 바짝 붙인다.

날씨가 좋아지면 우리 언제 식사라도 함께 해요.”

거 좋습니다. 폭풍우를 만나 정말 운 나쁜 밤이라 생각했는데 좋은 친구를 만났으니 오히려 좋은 밤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폭풍우 다음날은 날씨가 맑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염소와 늑대는 만나기로 약속한다. 암호도 정한다. ‘폭풍우 치는 밤에

그림책 제목이다.

 

 

해뜨기 전 으스름한 어둠을 헤치고 손을 흔들며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염소와 늑대를 멀어져 간다.

 

다음날 염소와 늑대는 정말 만났을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친구가 되었을까?’

만약 번개가 쳤을 때 서로를 보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먹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었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 되었을까?

그림책을 덮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우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도 진심과 신뢰, 용기가 있다면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주제를 담은 그림책이지만 겉모습이나 선입견이 진정한 우정을 가로막는 다는 것을 이해하게 한다. 다름을 넘어 우정, 선입견 극복,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